밤 열한 시. 학원 숙제를 하다가 한 문제에서 멈춰 있다. 답지에는 0.040 mol/L라고 적혀 있는데, 내 답은 0.20 mol/L다.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 봐도 0.20이 나온다.
이럴 때 검색창에 치는 말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모르는 문제 풀어주는 사이트", "사진 찍으면 문제 풀어주는 ai", "수학 문제 풀어주는 ai". 그렇게 해서 나오는 건 답이다. 그런데 지금 손에 없는 건 답이 아니라, 내 풀이의 어느 줄에서 처음 어긋났는지다.
먼저 밝혀 둘 것이 있다. Tavi는 우리가 만든 봇이다. 텔레그램 안에서 돌아가는 학습 멘토이고, 한국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의 핸들은 @tavi_assistant_bot, 주소는 t.me/tavi_assistant_bot 이다. 자기 봇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사람은 없으니 이 글은 리뷰가 아니다. 대신 할 수 있는 건 실제 대화 하나를 그대로 꺼내 놓고, 그것이 무엇을 보여 주고 무엇은 보여 주지 않는지 적어 두는 일이다.
Tavi는 채팅 안에서 수식을 다루고, 그룹 채팅에 초대할 수도 있다. 이 글이 다루는 문제는 화학이다. 위 이미지에 있는 대화가 그 문제이고, 가져갈 것은 문제가 아니라 질문의 형태다.
답을 아는 것과, 어디서부터 틀렸는지 아는 것은 다른 일이다
답만 돌려주는 도구는 이미 충분히 많다. 사진을 찍으면 풀이가 나오는 앱이 있고, 질문을 올리면 누군가 달아 주는 게시판이 있고, 범용 챗봇도 있다. 그런데도 책상 앞에서 막혀 있는 시간이 줄지 않는 이유는, 막혀 있는 지점이 계산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방법은 단순하다. 내 풀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단계 번호를 붙여 그대로 적어 보낸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 줄을 붙인다. "처음으로 틀린 단계는 어디인가요? 이유를 설명하고 풀이를 고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이 한 줄이 돌아오는 내용의 성격을 바꾼다. 최종 숫자가 맞았는지가 아니라, 내 생각이 갈라진 지점이 돌아온다.
부수 효과도 있다. 단계에 번호를 붙여 적는 동안 절반쯤은 스스로 찾아진다. 그러고도 안 보일 때만 보내면 된다.
이미지 속 문제: 100 mL를 500 mL로 묽혔을 때
문제는 이렇다. 0.20 mol/L NaCl 수용액 100 mL에 물을 넣어 전체 부피를 500 mL로 만들었다. 희석 후 NaCl의 물질량과 몰 농도를 구한다. 용질의 손실이나 화학 반응은 없다.
보낸 풀이는 세 줄이었다. 1단계, 처음 NaCl의 물질량은 0.20 × 0.100 = 0.020 mol. 2단계, 부피가 5배가 되었으므로 물질량도 0.020 × 5 = 0.100 mol. 3단계, 따라서 몰 농도는 0.100 / 0.500 = 0.20 mol/L.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1단계가 정확하다는 점, 그리고 3단계의 나눗셈이 2단계 값과 일관된다는 점이다. 산술만 검산해서는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다. 처음으로 틀린 곳은 2단계다.
물을 넣는 건 용매를 더하는 일이지 용질을 더하는 일이 아니다. 희석에서는 녹아 있는 NaCl의 양이 그대로 유지되고, 달라지는 건 그 양이 퍼져 있는 부피뿐이다. 부피가 5배가 되면 물질량이 5배가 되는 게 아니라 몰 농도가 5분의 1로 묽어진다.
고쳐서 다시 세우면 이렇다. n(NaCl) = 0.20 mol/L × 0.100 L = 0.020 mol이고 희석 후에도 그대로다. c = 0.020 mol ÷ 0.500 L = 0.040 mol/L. 그래서 물질량은 0.020 mol, 몰 농도는 0.040 mol/L가 된다.
이건 한 번의 대화이고, 보여 주는 것은 그 화면에 있는 것뿐이다. 문제를 읽고, 처음 어긋난 단계를 짚고, 고친 식을 돌려주었다. 특정 시험에 맞춰져 있다는 뜻은 아니고, 봇이 돌려주는 것은 채점이 아니다.
계산 전에 방향만 먼저 가늠해 보는 습관이 있으면 이런 유형은 잘 걸리지 않는다. 묽히면 농도는 작아진다 — 답이 커지는 쪽으로 나왔다면 그 순간 이미 신호다.
오답노트에 적을 가치가 있는 두 줄
오답노트가 답지 옮겨 적기가 되면 남는 게 없다. 다시 볼 때 쓸모 있는 건 두 줄이다. 처음 틀린 단계가 어디였는지, 그리고 그때 내가 왜 그걸 맞다고 믿었는지.
이번 문제라면 이렇게 적힌다. 2단계. 부피가 커지면 녹아 있는 양도 함께 커진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줄이 있어야 같은 착각이 다음에 다른 옷을 입고 나와도 알아본다. 숫자만 적어 두면 다음에 또 처음 보는 문제가 된다.
그래서 봇에게 부탁하는 문장도 짧아진다. 답은 빼고, 제 풀이에서 처음 틀린 단계 번호와 그 이유만 알려 주세요. 고치는 건 제가 하겠습니다.
학원과 과외가 있는 자리, 그리고 비어 있는 시간대
한국에서 공부하는 학생 상당수에게 가르쳐 주는 사람은 이미 있다. 학원이 있고, 과외가 있고, 학교 선생님이 있다. 부족한 건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없는 시간대다.
수능을 앞둔 고3이든 내신 시험이 이틀 남은 고1이든 비어 있는 자리는 같은 모양이다. 수업과 수업 사이, 숙제하다 막힌 밤, 시험 전날 자습실. 그 시간에 필요한 건 새로운 강의 한 편이 아니라 한 문제에 대한 한 줄이다. 질문을 모아 두었다가 다음 수업에 들고 가는 방식도 있지만, 그사이에 이미 틀린 방식으로 세 문제를 더 푼 뒤다.
그러니 이 글은 학원을 대체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체되는지 아닌지는 여기서 확인된 적이 없고, 확인되지 않은 말을 할 생각도 없다. 다만 겹치지 않는 자리가 어디인지는 말할 수 있다. 아무도 답해 줄 수 없는 시간에, 내 풀이에 대해 물을 곳이 하나 더 있는 것이다.
텔레그램에서 쓰는 법, 그리고 스터디 그룹
봇은 텔레그램 안에서 돌아간다. 개인 채팅에서 한 문제 던져 보고, 쓸 만하다 싶으면 스터디 그룹에 추가하면 된다.
그룹에서 쓸모 있는 순간은 꽤 분명하다. 같은 문제를 둘이 따로 풀었는데 답이 갈렸을 때다. 두 풀이를 나란히 올리고 어느 단계에서 갈라졌는지 묻는다. 그다음은 사람 몫이다. 지적받은 단계를 자기 말로 다시 설명해 보는 쪽이 그 문제를 오래 기억한다.
그룹 안에서 봇에게 어떤 메시지가 보이는지는 봇이 아니라 텔레그램의 권한 설정이 정한다. 추가한 뒤에 무엇이 전달되고 무엇이 전달되지 않는지 먼저 확인하고 쓰는 편이 낫다. 어떤 메시지가 봇에게 가는지는 텔레그램 공식 봇 FAQ가 기준이다.
10분 테스트
필요한 건 10분과, 답을 알고 있는 문제 하나다.
- t.me/tavi_assistant_bot 을 연다. 핸들은 @tavi_assistant_bot.
- 문제를 하나 고른다. 답지가 있고, 내 답이 그것과 달랐던 문제가 가장 좋다.
- 문제를 줄이지 말고 그대로 보낸 다음, 내 풀이를 단계 번호를 붙여 적는다. 마지막 줄은 "처음으로 틀린 단계는 어디인가요".
- 돌아온 단계 번호를 읽기 전에, 내가 먼저 한 번 찍어 본다. 맞혔다면 그 문제의 복습은 거기서 끝내도 된다.
- 고친 뒤에 같은 유형을 한 문제 더, 이번에는 혼자 푼다. 계산 전에 답이 커질지 작아질지부터 가늠해 본다.
가져갈 문제는 아예 못 푼 것보다, 다 풀었다고 생각했는데 틀린 것이 낫다. @tavi_assistant_bot, t.me/tavi_assistant_bot.